[세상 이야기]/프린터 뉴스

프린터업계- 무한잉크 때문에 "무한 속앓이"

단빈의 잉크 세상 2008. 2. 29. 01:36

"풍요 속 빈곤"

요즘 프린터 업체들이 보급형 잉크젯 프린터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판매는 꾸준하게 늘고 있지만 정작

실속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사진 출력용으로 가정용 잉크젯 프린터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하지만 프린터업체들은 주수익원인 정품 잉크 판매

부진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재생잉크의 일종인 '무한잉크'가 정품 잉크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린터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도 정품 잉크 가격이 비싸다는 입장이다.

◆CISS 인기에 프린터 업계들 '전전긍긍'

무한잉크는 잉크연속공급장치(CISS·Continuous Ink Supply System)를 줄여 부르는 말로, 대량 잉크통을 카트리지에 연결한 뒤 잉크를 계속 주입하는 방식이다.

무한잉크의 최대 강점은 정품보다 90% 저렴한 가격. 가뜩이나 비싼 잉크값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겐 구세주나 다름 없는 존재다. 특히 사진이나 컬러 문서를 많이 출력하는 개인 소비자들에겐 '안성맞춤'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이 무한잉크에 무한 사랑을 보내고 있는 반면, 프린터 제조업체들은 '죽을 맛'이란 반응이다. 가정용 잉크젯 프린터는 3만원대 초반에서 10만원대까지 저가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 소모품이 잘 팔려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오픈마켓을 통해 프린터를 값싸게 구매한 후, CISS를 장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모품 재구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프린터 업체들의 주수익원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유통질서까지 '흔들'

특히 최근에는 아예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프린터와 CISS를 묶어 판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는가 하면, 구매시 옵션으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관계자는 "판매순위 20위권 안에 드는 제품들이 거의 '옵션'으로 CISS를 구매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용산 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 대형 전자상가 입점 점포들에서도 프린터와 CISS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잉크 원가가 저렴해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유통업체들이 그렇게 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더 자주 구매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프린터업체들이 유통업체들의 이같은 관행을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불법도 아닌 데다 이런 관행이 워낙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CISS 때문에 고민에 빠진 한국HP, 엡손코리아, 캐논코리아 등 3사는 저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6년 한 CISS 업체와 소송을 진행했던 엡손코리아는 '저가 정품잉크 마케팅'만을 진행하고 있다. 엡손 관계자는 "큰 곳은 그나마 관리가 가능하지만, 작은 CISS업체들이 너무 많다 보니 현실적으로 규제가 힘들다"며 "일반 오피스 매장까지 진출해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HP나 캐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역시 정면 대응보다는 정품 잉크의 우수성을 알리는 소비자 밀착 마케팅을 진행하는 우회전술을 쓰고 있다.

◆소비자들, 하이-로우엔드 '양극화'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할 말이 있다. 정품잉크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CISS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비해 카트리지별 가격이 내려간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양을 부담없이 출력하기 위해서는 CISS가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

그러나 소비자가 받는 피해도 만만찮다. CISS를 사용하면 프린터 고장이 잦고, 애프터서비스(A/S)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한 것만은 아니다.

이에 따라 사진, 컬러문서 등을 자주 뽑는 사용자들은 CISS를, 한 달에 한 두번 필요할 때만 출력하는 사용자들은 보급형 정품잉크를 선택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인식이 바뀌는 것이 사태 해결의 급선무"라며 "출력량이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